수면 중 걷는 행동이 증상인 ‘수면보행증’은 아동기에 주로 나타나는 수면장애 질환으로 흔히 ‘몽유병’이라고도 불립니다. 아동기 수면보행증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성인기까지 지속되거나, 성인기에 시작된 수면보행증은 다른 수면 질환으로 인해 유발됐거나 다른 수면 질환을 오인한 것일 수 있어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수면보행증의 핵심 증상은 수면 중 몽롱한 상태에서 일어나 걷거나 달리는 것입니다. 이때 부적절하게 흥분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돌아다니면서 말을 할 수도 있으나 느리고 다소 둔감해 보이며, 물체에 부딪히거나 넘어져 다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있는 동안은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인지력이 없고 잠에서 깨면 증상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에는 몽유병으로 알려진 정확한 병명인 수면보행증에 대해 자세히 포스팅하겠습니다.
수면보행증이란?
수면보행증은 수면 시 이상행동에 속하는 각성 장애를 지칭합니다. 수면 중에 보행을 비롯하여 복잡한 신체 활동을 하며, 때때로 알아들을 수 없거나 의미 없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대개 눈을 뜨고 있지만 시선이 고정(자극에 의해 시선이 변하지 않음)되어 있습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수면보행증을 경험할 수 있지만, 어린 시절에 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4~12세 사이의 어린이 중 약 15%가 수면보행증을 경험할 확률을 가진다고 합니다. 청소년 후기가 되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하는데, 약 10%의 환자에서는 십대에 들어서 수면보행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수면은 다섯 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명된다. 1~4단계는 빠른 안구 운동이 없는 비렘 수면 단계이고, 빠른 안구 운동이 있는 렘 수면 단계에서 꿈을 꾸게 되고, 성장과 대사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비렘 수면 단계(1~4단계)와 렘 수면 단계가 이루는 수면주기는 약 90~100분가량 지속되며 자는 동안 주기가 반복됩니다. 수면보행증의 증상은 첫 번째나 두 번째 수면 주기 중 수면의 3~4단계(수면서파가 발생하는 깊은 수면 단계)에서 발생한다고 추정됩니다. 수면보행증은 병리적인 뇌기능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중추신경계의 활성으로 인해 비렘 수면과 렘 수면 상태가 교란되어 생긴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수면보행증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하여 수면 양상과 신경계의 수면 조절 기전 사이에 차이(부조화)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정상 수면은 각성, 비렘 수면, 렘 수면으로 이루어지는 주기적인 수면 양상을 가지고 있고 수면 단계에 따라 신경 네트워크, 리듬, 신경전달물질이 신속하게 변화하는 데 반해, 수면보행증 증상이 나타나는 수면에서는 중추신경계가 모든 수면 주기 동안 활성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수면보행증으로 인해 경험하는 수면 중 행동들은 잠이 깬 뒤에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낮잠은 대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게 되므로 수면보행증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수면보행증 원인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수면보행증을 경험하는 데는 유전적 소인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일촌(형제나 부모) 중에 수면보행증을 앓았던 사람이 있다면 수면보행증을 경험할 확률이 약 10배 정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가족은 수면 장애를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면보행증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열, 전신 질환, 음주, 수면 박탈,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하기도 합니다. 청소년기, 월경기, 임신기 등에 발생하는 호르몬의 변화도 몽유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에 몽유병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불안제나 수면제, 항간질제, 흥분제, 항히스타민제, 심장 부정맥 치료제 등 일부 약물도 수면보행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수면보행증 증상
수면보행증이 있으면 잠이 든 지 1~3시간 후에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밖에 나갑니다. 또한 물건을 찾거나, 옷을 만지작거리거나, 식사를 하는 등 반복적인 동작을 취합니다. 이러한 혼동 상태는 보통 몇 분 정도 지속되며, 길면 한 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룻밤에 1회 이상 이러한 동작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깨어난 후에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잠을 깨우려도 해도 깨지 못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아 몽유병의 증상은 대부분 그다지 심각하지 않으며, 사춘기를 넘기면 저절로 회복됩니다. 따라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거의 매일 반복적으로 몽유병 증상이 보이거나, 자신이나 가족에게 위험한 행동을 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수면보행증 진단
수면보행증(몽유병)은 다음 여섯 개의 기준에 부합하면 진단할 수 있습니다.
- 수면 중 침대에서 일어나 걸어 다니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이러한 증상이 대개 수면 시간의 초기 1/3 시점에서 발생한다.
- 수면 중 걸어 다니며, 멍하게 응시한다. 대화를 시도하는 다른 사람의 노력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 깨어났을 때(수면 중 보행할 때나 다음날 아침), 수면 중에 했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
- 수면 중에 걸어 다니다가도 그 상태에서 잠이 깨어 몇 분이 지나면 정신 활동이나 행동을 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 수면 중 보행이 사회적, 직업적, 또는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장애를 유발한다.
- 특정 약물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수면보행증 치료
수면보행증은 깊은 수면을 줄여 주는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로 쉽게 좋아집니다. 긴장 이완 훈련이나 스트레스 해소법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몽유병 환자의 안전입니다. 가능하면 높은 곳에서 잠을 자지 않도록 하고, 위험한 물건을 치워 두어야 합니다. 몽유병 증상을 보일 때 가족들이 환자의 잠을 깨우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판단력이 흐려진 환자는 타인이 자신의 잠을 깨우는 행동을 위협적으로 느껴 대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시 잠들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면보행증 경과와 합병증
소아기 때 나타나는 수면보행증은 대부분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적으로 사라집니다. 성인기 때에도 수면 박탈이나, 열성 질환, 과도한 알코올 섭취,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있을 때에도 수면보행증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러한 원인들이 제거되면 자연적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수면 중 걷다가 넘어지거나 다른 물건 위로 넘어지는 경우,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경우와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이에 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합니다.
수면보행증 예방법
수면보행증의 원인은 단순하게 심리학적인 것이 아니라 신체적 원인일 경우도 많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수면을 방해하여 몽유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하고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하며 명상이나 이완 운동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잠자기 전에 시각적이나 청각적인 자극을 피해야 합니다. 수면 도중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으므로 창문을 잠근다든지 깨지기 쉬운 물건을 치우는 등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면 도움이 됩니다. 잠자리 곁에 날카롭거나 위험한 물건을 두지 않아야 합니다.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 침대보다는 방바닥에서 자는 게 도움이 되며, 창과 문을 잠그고 자야 합니다. 발에 밟힐 만한 잡동사니를 잠자는 방에 두지 않는다. 안전을 위해 유리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치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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