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이 주목하는 90년대생이 왔으니 기성세대는 떠나거나 가만히 찌그러져 있어야 하는 것일까? 세대 갈등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뾰족한 해법도 없으니 그냥 시간이 흐르는 대로 두면 되는 것일까? 코로나19로 인해 묻혀 있는 듯 하지만 '90년대 생'과 '꼰대' 이슈는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자는 역대 최강 신인류로 불리는 90년대생을 맞이하여 자기 안의 꼰대와 싸우는 70년대생인 리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신세대에게 무조건 수긍하지 않고, 이와 맞붙어 뒤돌아 혼자 괴로워하는 리더에게 시선을 돌리며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글로벌 기업의 실무를 담당하며 대표까지 역임하고, 현재는 유명기업의 리더십, 코칭, 전략 개발 등 각종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저자가 이번 기회를 필두로 변화 전문가, 세대 전문가로 나서게 됩니다.
저자는 리더로서 갖춰야 할 리더십은 C(소통), T(신뢰), R(공정), L(경청), F(조언)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리더십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원칙이며, 꼰대인지 리더인지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팁입니다. 절대 새로운 법칙이 아니며 이미 알고 있으면서 놓치고 시간이 없다면서 뒤로 미룬 문제들이었습니다.
조직의 리더가 문제를 회피, 방치할 경우 조직은 쇠약해지고, 결국 모든 조직원들의 손해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자신의 일을 제대로 알아야 하며, 세대 간의 특성도 동시에 이해해야 합니다.
점차 사회의 주축이 되어가는 90년생들과의 문제를 '세대차이'라고 치부하며 소통을 포기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큽니다. 이를 위해 신조어 사전을 찾아보고, 꼰대어 번역기를 돌리는 열정을 가지고 서로 자주 보고 소통하며 상생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뜨거운 감자
아무튼 90 년대생
요즘 기업의 이슈는 여전히 ‘90 연대생 ’, ‘ 세대갈등’이다. 90년대생을 소재로 다룬 책은 이미 무수히 출판되었다. 당사자인 90 연대생은 도대체 자신들에 대해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책을 사보고 있다고 한다. 신구 세대 간 소통을 돕기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 청와대 직원들에게 관련 책을 선물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미 2~3년 전부터 이슈였는데 뭐 그렇게 새삼스럽게 난리인가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사회에서 몇 년씩 오래가는 이슈가 있었던가?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빠르게 변하는 나라가 없고 이슈마저 마찬가지로 빠르게 변하지 않던가? 세대갈등이 오랫동안 중요한 이슈로 남은 이유는 그것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과 겪는 갈등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리더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그 방증이다. 조직의 리더가 그저 이 친구만의 문제이겠거니 혹은 성격 때문이겠거니 하면서 그냥 넘어가던 방식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인내심 장착 요망
요즘 조직은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대개 ‘팀제’를 운영한다. 안 그래도 적은 인원에서 한두 명을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하면 리더는 스스로 짐을 떠안게 된다. 수백 명 수천 명 조직에서 한두 명은 큰 부담이 아니지만 작은 조직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우리 팀에 막 합류한 신세대 신입직원을 인터넷에서 대충 훑어보고 다 이해할 수는 없다. 한평생 산 배우자도 입버릇처럼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된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푸념으로 내뱉는 말이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아무리 말해도 고쳐지지 않으니 이해가 안 간다는 말도 맞다.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결국 당사자들은 평행선처럼 영영 만나지 못하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조직에 새로 합류한 신세대에게 ‘해보지 ‘해보지 않은 것은 어렵고, 가보지 않은 길은 두렵다’는 진부한 조언을 늘어놓기 전에 스스로 먼저 공부해야 한다.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인내심을 장착해야 한다.
2. 리더의 'C'
오리발 내밀기 전에
자신의 기억력을 얼마나 신뢰하는가? 100퍼센트 신뢰한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최선의 대답은 대게 ‘상당 부분 정확하다’가 정확하다’가 아닐까 싶다. 이런 말들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부장 말은 죄다 녹음해야 돼.”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근데 지금 와서 왜 다르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는 분명히 기억해요. 그저께 제 자리에 오셔서 보고서 작성해서 다음 주까지 제출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근데 바로 지금 보자고 하시면 어떡해요. 기억 안 나세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일반적으로 리더는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고 복잡하기까지 해서 섞이기 쉽다. 우리 인간의 뇌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면 효율이 떨어진다고 뇌 과학자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인간 은 어떤 것을 암기하고 나서 20분만 지나도 기억의 40 퍼센트 이상 사라진다는 망각률로 망각곡선을 그려내기도 했다. 우리가 자신하는 기억을 매 순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받아쓰기는 애들이나?
적는 것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정밀한 소통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소통되지 않는 조직의 직원들은 수시로 패닉을 경험한다. 일을 재차, 삼차 하게 되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조직의 시간이 비효율의 늪으로 빠지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뭐든 기록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님을 부디 깨닫기 바란다.
기억력을 보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것이다.
- 미팅 참석 시 꼼꼼하게 정리된 바인더를 가지고 들어간다. 특히 복잡한 숫자가 많은 매출 자료는 더 잘 챙겨야 한다. 바인더는 별도로 색인해놓는 것이 좋다.
- 미팅 관련 내용은 사전에 업무용 다이어리에 기록해 둔다.
- 미팅 전 담당 직원들과 Q&A 중심으로 리허설을 진행한다. 리허설을 하면 더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다.
기억의 단차를 직원 탓으로 돌리는 태도는 직원의 신뢰를 잃는 첫걸음이 된다. 아무리 기억력에 자신 있다 해도 나이가 들수록 기억은 자연스레 빠른 속도로 감퇴한다는 사실을 직시하라. 기억력은 20~30대에 가장 상승하고 40 대부터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반드시 기억 보조 장치를 마련하기 바란다.
3. 리더의 'T'
권한 위임의 기술
리더가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을 초인적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일을 위임하는 것은 위임을 받은 상대를 해당 업무의 주인으로 인식한다는 중요한 전제하에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주인은 보고할 의무를 갖지 않는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언이나 컨설팅을 받을 수는 있다. 이것도 주인의 몫이다. 회사에서는 권한 위임을 하고도 끝까지 관여하고 간섭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권한 위임이 중요하다고 하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쁜 상사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형식적으로라도 행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권한 위임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권한 위임의 이득을 잘 알지 못하는 게 문제의 시작인 것이다.
권한 위임은 리더가 생존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 혹은 전술이다. 리더가 직원들을 못 믿어 일을 맡기지 못하면 결국 리더의 짐만 많아진다. 리더가 현업에 매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리더는 회사의 미래 먹거리까지 확보해야 하는 사명을 부여받기에 미래를 고민할 시간을 갖지 못하면 결국 생존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름지기 리더는 발에 땅을 딛고 있어도 머리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야 한다.
무엇을 위임할지 살펴보자.
- 직원들의 역량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난이도의 업무
-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
- 일의 중요성 인식 : 이 일을 해냈을 때 해당 직원 , 우리 팀 더 나아가 우리 회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 정확한 타임라인 : 꼼꼼히 설계하고 가급적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책임감이 함께 따라온다. 처음 하는 업무는 리더가 리더가 시간 프레임을 짜주는 것이 보통이지만 직원의 생각을 존중하는 게 좋다. 그러면 직원이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 중간보고에 대한 합의 : 엄밀히 보면, 믿고 완전히 맡긴다는 것은 결과만을 따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험이 적은 직원의 경우 실수를 줄이기 위해 중간보고를 받는 것이 좋다. 중간보고를 요청할 때 ‘당신을 믿을 수가 없어’라는 뉘앙스는 주지 않도록 한다. 언제쯤 보고할 수 있는지만 먼저 물어봐야 한다. 누구든 주도적으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끼고 추진력 또한 강해진다.
- 기대되는 역량강화 : 해당 업무를 하면서 리더인 당신이 바라는 역량을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그것이 자신감인지, 조직에서의 인지도 상승인지, 향후 리더가 되기 위한 리더십 훈련인지를 알려줘야 한다.
4. 리더의 'R'
당신이 왜 이 성적을 받는지 진짜 몰라?
인사고과 시즌이 다가오면 모두가 예민해지고 수많은 ‘뒷담화’가 난무한다. 인사고과는 연봉, 보너스, 진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거 상사가 일방적으로 주는 대로 받던 고과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주장, 설득, 논쟁이 오가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제가 왜 이 점수를 받아야 합니까?”
“제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모르십니까?”
“이런 평가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인사부서와 직접 상담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평가자는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이 성적을 왜 받는지 진짜 몰라?’
90 년대생 직원들은 모른다. 정말 모른다. 꼭 90 년대생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이런 끝도 없는 논쟁을 왜 하고 있는가? 리더들에게 부탁한다. 더 이상 이런 불필요한 논쟁에 얽히지 말라고. 먼저 인사고과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잠시만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답이 나오는가? 그냥 해왔던 일을 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답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제부터 그 답을 찾아보자.
인사고과는 축제
마땅히 성장의 기회가 되어야 할 인사고과가 왜 더 큰 앙금을 남기는 불편한 사건이 될 수밖에 없는지, 문제점과 함께 평가자, 피평가자 각각의 입장을 짚어보자.
1. 상사는 부하직원의 자기중심적인 행동에 일 년 동안 상처 받은 상태이고 중립성을 잃었다.
-평가자 입장 : 요즘 신입들은 예전보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 한 마디로 자기중심적이다. 회사에 유흥비를 벌려고 나오는 것 같다. 또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한다.
-피평가자 입장 :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독립운동하던 시대도 아닌데 왜 자꾸 충성을 강요하는 거지? 내 꿈은 높은 자리에 자리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 사규대로 계약대로 행동했는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는 거지? 그리고 사람은 결국 다 자기중심적이지 않나? 부장님도 결국은 자기 성과를 위해 지시하고 잔소리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
사실 리더들의 마음속엔 이런 편견이 가득하다. 어쩌면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디폴트(Default)’ 값인지 모른다. 이런 편견에 들어맞는 행동이 나올 때마다 크고 작은 상처를 받게 된다. 상처라고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실망과 불편함이 전두엽을 강타하는 것만큼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90년대생의 성장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마 70 년대생 리더들 가운데 일부는 90 년대에 태 떠난 자녀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자녀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복기해보라. 성장의 과정에서 사회적 분위기는 어땠는지 기억해보라. 지금의 90 년대생은 철저히 맞춤형으로 자랐다. 새로운 변화를 주기보다는 사회 분위기에 맞춘 타협 위주로 교육시킨 것이다. 자녀들을 사회가 원하는 좋은 ‘스펙’으로 무장시키기 위해서는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해야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적인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대에게 자기중심적이라고 손가락질하면 허탈해진다. 그들 의 말과 행동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는 시간을 자주 만들어보라. 속내를 들으면 어 떤 반응을 취해야 할지 판단이 설 것이다.
2. 왜곡된 기억이 많다.
-평가자 입장 : 내 기억이 확실하다. 내가 그것도 기억 못 할까 봐? 내가 이 자리까지 ‘가위바위보’해서 올 라온 사람이 아니야.
-피평가자 입장 : 앞으로 부장님 말씀을 모두 녹음해야겠어요. 왜 안 한 일을 했다고 하시나요.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중국 속담에 ‘희미한 연필이 또렷한 기억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 기억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쉽게 더해지고 빠지면서 왜곡이 일어난다. 여기에 자신의 믿음까지 더해져 없던 사실까지 한 것으로 생산해내는 경우를 우리 스스로 경험하고 있다. 인사고과의 투명성을 위해서는 주요 사건들을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가 되는 행동과 태도가 발견되면 기록하라. 신뢰 가는 자료를 가지고 행동의 변화를 요구할 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3. 인사고과는 ‘평가의 자리’라고 생각하는 믿음이 강하다.
-평가자 입장 : 잘한 점도 있지만 부족한 점을 확실히 지적하고 넘어가야 다음에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 지 않겠지.
-피평가자 입장 : 이번엔 어떤 이야기로 트집을 잡을까? 높은 평가 안 주려고 별소리를 다 하겠지?
인사고과는 ‘평가의 자리’가 아니라 ‘성장의 자리’다. 서로 동의할 수 있도록 충분히 소통했는가? 거기에 걸맞게 준비했는가? 인사고과는 단순히 지난 일들을 지적하는 일이 아니다. 부족한 점을 개선하는 것이 서로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빅 픽처 (Big Picture)’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태도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식은 피평가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몰라서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지만 대개 피평가자 본인만의 논리를 바탕으로 행동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논리를 개발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할 가능성이 크다. 논리와 검색으로 무장한 90 년대생의 특징이다.
4. 이 불편한 순간을 빨리 끝내고 싶다.
-평가자 입장 : 인사고과는 안 하면 안 되나? 이번에도 짜증 내면서 꼬박꼬박 반박하겠지. 요즘은 아예 안 하는 회사도 있다던데.
-피평가자 입장 : 인사고과는 안 하면 안 되나? 어차피 부장님 맘대로 다 결정해서 줄 거면서. 뭐라 반박하면 대든다, 제멋대로다 하니 짜증 난다.
일 년에 두 번 있는 큰 명절에도 우리는 피로감을 느낀다. 평소 전혀 하지 않던 일을 너무나 큰 규모로 벌여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 별로 원치 않는 형식적인 절차들이 당사자에게 불편함을 준다. 결국 남는 것은 늘어난 몸무게와 피로 누적이다. 인사고과 역시 우리의 명절 치레처럼 피곤한 일이다. 한 번에 몰아서 하지 않기를 권한다. 필요한 피드백은 수시로 주고 연말평가 자리는 간단한 총평으로 마무리해도 충분하다. 서로가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형식과 주기에 변화를 가져오길 바란다.
길을 내려면 먼저 꼬불꼬불하고 진흙투성이며 큰 산으로 막힌 난관을 뚫어야 한다. 서로의 성장을 돕는 ‘사회적(Social Skill)’도 이와 같다. 분명 쉽지 않지만 그 대가는 무척 크다.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가 즐거운, 축제 같은 인사고과 시즌을 고대한다.
5. 리더의 'L'
심청전을 아시는가? ‘심청전(沈淸傳 )’ 이 아니라 깊을 ‘심’, 들을 ‘청’인 ‘심청전 ‘심청전 (深聽傳 )’ 말이다. 침묵하며 경청하는 일은 특공훈련에 가깝다. 뇌 과학자들은 보통 인간이 8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머릿속에서 대략 8백억 번 정도의 생각과 판단이 일어난다고 한다. 약 3초 단위로 생각이 들고 난다는 얘기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중간중간 크고 작은 볼일들을 보고 잡 다한 생각들이 무수히 스쳐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경청할 수 있을까?
일단 상대의 눈을 바라봐야 한다. 한국문화에선 이런 직시가 쉽지 않지만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다행이다. 우리는 상대방 특히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을 결례라고 배웠고, 실제로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외국인들과 대화를 해보면 그들은 똑바로 당신의 눈을 직시한다. 눈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말이 있다. 눈을 똑바로 맞추지 못하면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채용면접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시선처리다.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다고 말하는 피 면접자의 눈에서 과연 열정의 광선이 나오는지 여부가 면접자의 가장 큰 관심사다. 두 눈을 보면서 확신을 갖게 되어 선발 한 직원들이 입사 후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는 드물다.
상대방의 두 눈에 집중하면서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할 말이 줄어든다. 그러고는 상대방이 모든 말을 다 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오면 의견이나 대답을 내놓기 시작한다. 대개의 말이 끝에서 핵심이 나타나기 때문에 모든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핵심도 듣지 못한 채 중간에서 나의 말만 내뱉으면 상대방은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거나 아예 말을 안 할 수도 있다. 경청이 필요할 때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하고 전화가 오더라도 받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중요한 전화가 오더라도 되도록 받지 않을 것을 권한다. 전화가 오는 순간 어쨌든 ‘눈에는 눈’이라는 원칙이 깨지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이 대화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메시지를 보내 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대화를 나누기 전 노트와 펜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말 특히 리더가 부하직원의 말을 받아 적는 일은 매우 좋은 신호다. 기억하는 데도 편하지만 누구의 말도 허투루 듣지 않는다는 의미이니 상대방의 신뢰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면 요약해서 되물으며 확인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특히 안건이 많고 길게 이어지는 미팅에서는 중간에 점검 차원에서라도 복기할 필요가 있다. 공감이 갈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짧은 대답으로 추임새를 넣는 것도 필요하다. 본인 스스로 집중력 이 떨어져 딴생각에 빠지지 않으려면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좋다.
리더인 당신 앞에 앉아 있는 직원의 눈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할 말이 있는데 귀를 기울여 잘 들을 수 있는지 묻고 있지 않은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당신의 잣대로만 재단할 것 같아 주저하거나 두려워하고 있지 않은가? 그 눈빛은 바로 10~20년 전 열정으로 불타오르던 당신의 눈과 같다. 정녕 부하 직원의 눈빛에서 열정이 꺼지기를 바라는가? 순종적으로 고분고분 당신의 말만 받아 적고 따라서 하는 죽은 눈빛을 바라는가? 지금도 그렇지만 필자는 늘 머릿속에 백만 가지 생각이 가득한 사람이다. 그것을 잘 들어준 상사들 덕 분에 하나하나 자기실현을 해낼 수 있었고 회사로부터 상응하는 급부를 받을 수 있었다. 경청하는 리더 들 모두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Thank, My Boss!”.
6. 리더의 'F'
너나 잘하세요
전통적으로 한국사회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으라고 교육해왔다. “하고 싶은 말의 반만 해라. 혹은 "너나 잘해라.” 뭐 이런 말들을 많이 듣는다. 정말로 심각한데도 그냥 묻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적 문화에서 참 쉽지 않은 것, 바로 ‘피드백’이다. 누군가의 단점이나 잘못을 말하면 그것이 곧 지적하는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 그리고 배우지 못한 걸, 그래서 도움을 주지 못한 채 넘어가게 되는 것 모두 피드백 문화 결여에서 비롯됐다. 물론 잘한 걸 잘했다며 사기를 북돋는 피드백도 중요하다. 잘 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언급해서 습관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피드백이기 때문이다. 보통 ‘지적’이란 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지적은 타인의 행동이나 작품에 대해서 부족한 점을 알려주는 것을 말한다. 나의 말이나 행동, 결과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흠을 잡을 때 기분 좋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평생을 살아도 인생을 잘 모르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는데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 어찌 쉽겠나. 상사와 직원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이니 오죽 더 어려울까.
지적의 관점 말고 피드백의 관점을 가져보면 어떨까. 피드백과 지적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전자는 ‘성장을 위한 조언’이고 후자는 단순히 ‘야단’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야단을 맞으며 자라왔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나의 생각이나 행동을 평가하는 발언을 하면 야단 혹은 간섭처럼 느껴져 기분이 상한다. 하지만 나의 결점은 내가 쉽게 보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 진심으로 시의적절한 조언을 해주면 큰 도움이 된다.
약이 되는 피드백 기술
- 문제점만 말할 것 : 행동 개선을 원할 때는 반드시 문제가 되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사람을 탓하는 표현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사람과 행동을 분리해야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 짧게 할 것 : 길게 이야기하면 잔소리가 되고 사족이 늘게 된다. 짧게 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듣는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야 한다.
- 미루지 말 것 : 인간의 기억력은 분명 한계를 가진다. 정확히 기억나지도 않는 것을 가지고 피드백을 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최대한 빠르게 피드백을 하는 것이 서로에 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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