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췌장염의 전통적인 정의는 만성 염증, 섬유화 및 외분비와 내분비 조직의 파괴를 동반한 영구적이고 비가역적인 손상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췌장 조직을 얻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또한 조직학적으로 만성 염증이 있어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종종 이러한 조직소견이 췌장의 일부분에서만 관찰되기 때문에 최근에는 만성 췌장염을 임상적인 특징과 함께 복부 초음파나 CT, MRI, 내시경 초음파 등의 영상의학적인 검사 결과를 조합하여 진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만성 췌장염의 발생률이 대개 10만 명당 3~9명 정도로 여겨지며, 10만 명당 27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고하였고, 일본에서는 10만 명당 약 35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들에서 음주가 약 2/3의 원인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고, 아마도 지역에 따른 유병률의 차이는 지역마다 음주량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만성 췌장염을 진단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른 것도 유병률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일 것입니다. 이번에는 만성 췌장염에 대해 포스팅하겠습니다.
만성 췌장염이란?
만성 췌장염은 만성적인 췌장의 염증으로 인해 췌장의 외분비 및 내분비 기능이 저하되고, 섬유화가 진행되며, 췌관의 불규칙적인 확장이 일어나는 질환을 말합니다.
만성 췌장염 원인
만성 췌장염의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음주이며, 최소 5년 이상(일부 환자에서는 10년 이상) 하루 알코올 150g 이상(대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적은 잔으로, 도수가 낮은 술은 큰 잔으로 마시기 때문에 소주, 양주, 맥주 등 주종에 상관없이 한잔의 술은 약 14g의 알코올을 가지고 있다)을 마셔야지 만성 췌장염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 중 3~15%만이 만성 췌장염을 앓기 때문에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러한 다른 요인들에는 유전적 차이, 고지방 고단백 식이, 음주와 식이 습관, 항산화 물질이나 미량원소의 상대적인 부족, 흡연 등이 있으며, 이 중 흡연이 음주로 인한 만성 췌장염의 발생에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흡연은 음주와 함께 만성 췌장염을 유발하는 요인인 동시에 그 자체가 만성 췌장염의 발생 원인이며, 췌장염으로 인한 사망률 및 췌장암과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드물지만 인도 남서부나, 아프리카, 남동 아시아, 브라질 등 적도로부터 위도 30도 이내의 열대에서는 청소년과 40대 미만 젊은 성인에게서 만성 췌장염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 그 기전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PRSS1이나 SPINK1, CFTR 유전자들이 유전성 만성 췌장염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자가 면역성 췌장염이라는 일반적인 췌장염과는 임상적, 조직학적, 영상의학적으로 구분되는 췌장염이 있습니다. 또한 종양이나 흉터, 췌석, 협착 등에 의한 췌관의 폐쇄도 만성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외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만성 췌장염도 있습니다.
만성 췌장염 증상
만성 췌장염은 특별한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는 심한 상복부 통증입니다. 췌장의 염증으로 인해 췌장의 부종과 섬유화가 발생하여 신경 말단이 자극되고, 췌관 내 압력이 증가하고 췌장 실질의 혈류가 감소하여 허혈성 통증이 발생합니다. 이는 요통, 복부 통증 및 압통을 일으킵니다. 복통은 종종 식후 15~30분 정도에 발생하여 수일간 지속되며 대개 수개월 간격으로 반복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통증은 명치나, 몸의 왼쪽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때로는 통증이 등, 가슴, 옆구리 등으로 방사됩니다. 특히 췌장은 등 쪽에 있는 장기이므로 누운 자세에서는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를 모으고 구부린 자세에서는 통증이 완화됩니다. 췌장의 외분비 기능이 감소하면 이로 인해 각종 영양분의 소화 흡수에 장애가 발생합니다. 주로 지방 흡수 장애가 나타나며 단백질 흡수 장애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지방이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한 후 대변의 양이 많고 냄새가 심합니다. 대변이 물에 뜨거나 물에 기름방울이 뜨는 지방변이 생깁니다. 지용성 흡수 장애와 체중 감소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췌장의 내분비 기능의 장애는 췌장이 심하게 파괴된 말기에 주로 나타납니다. 이때 인슐린이 부족해지면서 당뇨병이 발생합니다.
만성 췌장염 진단
혈액 검사에서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 수치의 증가는 일부 만성 췌장염이 급성으로 악화하는 경우에만 나타납니다. 만성 췌장염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 남아 있는 췌장 세포가 거의 없어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가 오히려 정상치보다 낮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단순 복부 X-ray 사진에서 췌장의 석회화가 발견되는 경우는 22~60%입니다. 복부 CT와 MRI는 췌장의 염증, 흉터, 종양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합니다. 내시경 역행성 췌담관조영술은 췌장 석회화가 없는 만성 췌장염에서 췌관의 폐쇄나 손상을 찾을 수 있는 검사법입니다. 다만 이 검사로 인해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진단 목적보다는 내시경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에 주로 시행합니다. 최근에는 내시경 초음파를 통해 CT나 MRI로 진단하기 어려운 조기 만성 췌장염을 진단합니다.
만성 췌장염 치료
만성 췌장염의 치료 목표는 통증 완화와 췌장 기능의 유지, 개선입니다.
① 약물 치료
약물 치료의 목표는 통증과 흡수 부전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음주가 원인인 만성 췌장염 환자에게는 금주가 가장 중요합니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는 음주, 흡연, 과식,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탈수가 생기지 않도록 충분하게 수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통증에 대한 약물 치료로 췌장 효소제제와 비마약성 진통제부터 투여합니다. 지방변, 체중 감소, 소화불량이 있으면 췌장 효소를 투여합니다. 이때 체중 증가와 변의 굳기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 등으로 치료 성공 여부를 판단합니다. 만성 췌장염에 합병된 당뇨병의 원인은 인슐린 분비 세포의 이상이므로, 경구 혈당 강하제가 아닌 인슐린을 이용하여 치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② 내시경 치료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로 췌관 협착이 있는 부위를 풍선으로 넓혀 주거나, 췌석을 제거하고 배액관을 삽입합니다. 내시경 치료로 췌장 담석 환자의 27~80% 정도는 완전히 담석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담석이 큰 경우에는 체외 충격파 쇄석술로 담석을 분쇄한 후 제거합니다. 췌관 담석을 제거한 후에 통증이 감소하고 췌장액 배출이 잘되면서 체중이 증가하고 췌장의 기능이 호전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내시경 치료를 받은 환자의 65~80% 정도는 증상이 호전되었습니다.
③ 수술 치료
만성 췌장염을 치료하는 수술은 크게 췌관배액술과 췌절제술로 나누어집니다. 췌관배액술은 주췌관을 길게 절개하고 이를 공장과 연결함으로써 췌장액이 쉽게 소장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수술 방법입니다. 췌절제술은 췌관배액술이 불가능하거나 췌장염이 심한 경우에 시행됩니다. 췌장 원위부를 40~80% 정도를 절제하거나 췌장의 머리 부분을 포함한 췌십이지장을 절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치유되지 않는다면 췌장전절제를 시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성 췌장염 경과와 합병증
만성 췌장염 환자의 삶의 질은 일반인에 비해서 매우 낮은데, 이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은 복통과 과음입니다. 만성 췌장염으로 인한 환자의 사망률은 연령 보정한 대조군 정상인에 비해 약 3.6배라고 보고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렇듯 높은 사망률에는 지속적인 음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사망의 원인은 췌장염 자체라기 보다는 흡연, 과음, 췌장암, 수술과 같은 치료 후 합병증 등의 췌장염 외 다른 것들이라고 추정됩니다. 결과적으로 만성 췌장염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약 70%, 20년 생존율은 약 45% 정도라는 보고가 미국에서 있었으며, 일본에서도 유사한 보고가 있습니다. 만성 췌장염의 합병증은 다양하며, 비타민 B12의 흡수 장애와 혈당 조절 능력의 이상과 함께, 비당뇨병성 망막 병증 역시 비타민 A 또는 아연결핍에 의해 흔하게 발생합니다. 그 외에도 고농도의 아밀라아제(췌장 분비 소화 효소)를 포함한 삼출액이 늑막, 심낭, 복막에서 발생하기도 하며, 소화성 궤양이나 위염, 십이지장으로 침식하는 가성낭종, 췌장꼬리부분의 염증으로 인한 비정맥혈전증에 의한 정맥류의 파열 등에 의해 위장관 출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황달은 췌장머리부분 부종으로 인해 총담관이 압박을 받거나 총담관의 췌장머리 부위가 췌장의 부종으로 인해 압박받을 때 일어나는 만성 쓸개즙(담즙) 저류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만성 쓸개즙 폐쇄는 담관염을 발생시킬 수 있고, 결국 담즙성 간경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피하지방괴사는 하지에 압통을 동반한 붉은 결절로 나타날 수 있으며, 골수 내 지방괴사에 의한 이차적인 뼈의 통증도 나타날 수 있고, 팔다리 관절염증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편 2년 이상 경과된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는 췌장암의 발생 빈도가 증가되어 만성 췌장염 진단 후 20년이 되면 췌장암의 누적 위험률은 약 4% 정도까지 이릅니다. 이외에도 현실적으로 가장 흔하고 문제가 되는 합병증은 통증 조절을 위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의한 마약 중독으로 확인됩니다.
만성 췌장염 주의사항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모두 알코올입니다. 따라서 최선의 췌장염 예방법은 금주입니다. 급성 췌장염이 완쾌되더라도 금주하지 않으면 췌장염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성 췌장염 환자도 치료와 재발 방지를 위해 금주가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통증이 있는 췌장염 환자는 치료한 후 술을 마시지 않아도 통증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음주를 하면 통증이 재발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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